카드 연체 후기, 삼성카드 연체 9일 독촉전화 받다

카드 연체 후기 제7 화

부제: 삼성카드 연체 9일 독촉전화 받다

지난 이야기

삼성카드 결제대금 출금일은 매월 26일, 10월 26일은 토요일로 다음 영업일인 10월 28일 월요일 결제대금이 출금될 예정이었습니다. 월요일 당일 잔고 부족으로 결제금액이 미납되면서 연체가 시작됐고, 신용카드 연체 1일부터 카드 연체 4일까진 삼성카드 측으로부터 독촉문자만 받았습니다. 그러나 카드 연체 5일차부터 독촉전화가 오기 시작하는데...

카드 연체 9일 후기

11월 4일 월요일이 시작됐다. 새벽 내내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서 뒤척이다가 새벽 5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책상에 앉아서 노트를 펼치고 당장 해결해야 할 돈, 앞으로 처리해야 할 돈들을 모조리 계산했다. 그리고 내가 처분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뽑았다.

수중에 있던 귀금속들은 진즉에 정리했고, 남은 것들이라고는 아이맥, 아이폰5, 캐논 100d 카메라 정도였다. 이것들은 깨끗하게 청소 후 예쁘게 사진 찍어서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에 판매 글을 올렸다. 그새 오전 9시가 되었고, 역시 내 예상처럼 9시가 되자마자 삼성카드 측으로부터 칼같이 독촉전화가 걸려왔다. 마치 죄진 사람마냥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겁이 나서 전화를 못 받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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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독 모르는 일반전화번호, 모르는 휴대폰번호로 전화가 많이 오고, 문자 메시지도 많이 왔다. 전화는 일부러 받질 않았는데, 문자를 보니까 죄다 대출 관련 스팸 문자였다. 카드 연체 5일 후 연체정보가 공유되면 담보물이 있지 않는 한 그 어디에서도 신용대출을 받기 어렵다. 그러니 대출 광고 문자에 혹한다면 큰 일 난다. 이런 대출 문자는 대부분 피싱 문자다.

대출 스팸 문자는 보통 내가 돈으로 힘들 때 유독 많이 온다. 이럴 때 보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어디선가 내가 돈이 필요한 것을 알고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추측이겠지만 말이다. 대출 피싱 문자에 혹해서 연락했다간 통장대여 혹은 부동산 이중 계약 등에 이용당하는 호구가 되는 동시에 범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만 한다.

이날 오후 모르는 휴대폰번호로 두 차례 전화가 왔었는데, 일부러 받지 않았다. 그러자 방금 전 전화가 걸려왔던 바로 그 번호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독촉문자였다.

(삼성카드)연체 집중관리 관할지역인 ○○지점에 이관 접수되었습니다.연락바랍니다. 담당:○○○

카드 연체가 일주일을 넘기자, 삼성카드 고객센터 대표번호로만 오던 독촉전화가 이제 담당자의 일반 휴대폰번호로 오기 시작한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을 보면 ‘관할’, ‘이관’이란 표현을 쓴다.

여기서 관할이란, 일정한 권한을 갖고서 통제하거나 지배 또는 그런 지배가 미치는 범위를 의미하는데, 보통 형사사건에서 ‘관할경찰서’, ‘관할검찰청’, ‘관할법원’ 이런 식으로 주로 사용되는 법률용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관이란, ‘관할을 옮긴다.’는 의미로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A지역의 경찰서에서 B지역의 경찰서로 옮길 때 또는 A지역의 법원에서 B지역의 법원으로 옮길 때 ‘이관’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역시 일반인은 잘 사용하지 않는 법률용어이다.

관할은 담당이라고 순화해서 표현할 수 있음에도 굳이 ‘관할’, ‘이관’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결국 채무자의 심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카드 연체로 독촉을 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런 단어 하나 갖고 뭘 그리 유난을 떠냐고 말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독촉을 받고 있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이런 단어의 배열만으로도 충분히 심적 압박감이 크다.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꿔서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들이다.

나 또한 이 문자 메시지를 읽으면서 “네가 돈을 안 갚으니까 이제부터 더 적극으로 독촉할거야!”라는 일종의 선전포고를 받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이 문자 메시지의 내용을 4번이나 곱씹어 읽고 있는데, 갑자기 모르는 휴대폰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얼떨결에 전화를 받아보니 내가 읽고 있던 독촉문자를 보낸 삼성카드 ○○지점의 ○○○ 채권관리 담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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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등골이 오싹했을 정도로 어찌나 식겁했는지 모른다. 무방비 상태에서 받은 전화, 담당자의 목소리는 오한이 서릴 정도로 차가웠고, 감정이라곤 느낄 수 없는 기계처럼 빠른 말투로 얘기하는데,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내 알 바 아니고, 네가 돈을 다 갚을 때까지 이제부터 내가 매일 너를 쪼아댈 거야. 기대해.”라는 식의 느낌을 받았다. 실제 통화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 채권관리 담당자 : “○○○ 회원님. 그동안 연락이 되질 않아서 이렇게 담당자가 직접 핸드폰으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떻게 (연체대금 납부) 준비는 잘 되어 가시나요?”

나 : “아... 네... 아직 준비가 덜 되어서...”


☎ 채권관리 담당자 : “회원님께서 계속 연체가 되어서 (연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저희 ○○지점까지 이관되었거든요. 회원님께서 납부 의사는 있으신 건가요?”

나 : “아 네. 그렇죠. 납부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 채권관리 담당자 : “회원님 그러시면, 오늘 날짜로 납부하실 총 금액이 2,○○○,○○○원이거든요. 어떻게 바로 가능하실까요?”

나 : “오늘 당장은 좀 어려울 것 같...”


☎ 채권관리 담당자 : “회원님께서 계속 납부를 지연하시면 저희도 법적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거든요. 어떻게 가족에게 도움을 받아보시는 건?”

나 : “지금... 제가 어디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서요...”


☎ 채권관리 담당자 : “아니시면 납입할 금액이 다른 분들에 비해서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소액 대출이라든지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나 : “제가 지금 연체라서 어디서 대출 받기도 어렵고.. 일을 계속 하면서 틈틈이 버는 돈을 입금하는 방법밖에...”


☎ 채권관리 담당자 : “회원님 아시겠지만, 저희가 분할 납부를 하는 제도도 없고, 그렇게 모든 편의를 맞춰드리기 힘들어요. 회원님 상황이 어려운 건 이해하지만, 틈틈이 버는 돈을 조금씩 입금하셔도 결국 완납이 되지 않으면 법적조치가 들어갑니다. 완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자금을 융통하셔서 입금 부탁드리고요. 제가 또 전화 드릴게요.”

나 : “네... 알겠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뚝 끊어버림)

나는 어디 가서도 말발에 안지는 사람이다. 나 또한 어렸을 때 콜센터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아르바이트를 해봤다. 그런데 전혀 일면식도 없는 모르는 여자한테 쩔쩔 매면서 전화를 받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도 내 얘기를 다 듣지 않고 딱딱 잘라 먹으면서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대화는 난생 처음이었다. 완전히 기선제압을 당해버린 것이다. 왜? 나는 돈을 쓰고 갚지 못한 채무자니까. 결국 저쪽이 갑이고, 나는 을인 그런 관계이니까. 기분이 정말 구렸다.

이제 내일부턴 이 여자에게 매일 이런 식의 전화를 받으면서 법적조치 어쩌고 하는 협박 아닌 협박을 당할 것이란 생각이 드니까 속이 타기 시작했다. 더 험한 꼴을 겪고 싶지 않아서 돈 생길 방법을 알아보던 중 인터넷을 검색하니까 ‘휴대폰내구제’라는 것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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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내구제란, 1인당 휴대폰을 최대 3개까지 개통이 가능한 편법을 이용해서 가개통된 휴대폰을 특A급 중고로 되팔아서 그 돈을 융통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이다. 내가 종전까지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해봤기 때문에 이게 뭔지는 대략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현재 내 명의 휴대폰이 1개라면 2개를 더 개통할 수 있거든. 2개를 내 명의로 가개통해서 박스 개봉 후 새 유심 꼽아서 전원만 켜본 특A급 휴대폰을 중고업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근데 이거 엄청 손해다.

잘 봐봐. 120만 원짜리 아이폰 2대를 36개월 할부에 10만 원대 요금제까지 넣어서 내 명의로 가개통할 경우 내가 물어야 할 돈은 할부원금에 이자까지 200만 원이 넘겠지. 여기서 유심비 2개도 별도, 통신사 가입비 2건도 별도다. 그런데 아무리 가개통 아이폰이라 하더라도 일단 박스가 개봉되는 순간 중고가 된다. 1대당 8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치자. 여기에 중간에 낀 휴대폰 판매업자가 마진도 챙긴다고 치자. 그럼 내 명의로 가개통한 2대의 아이폰을 처분하면서 내가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140만 원 정도다. 만약 급한 불을 끄겠다고 이 돈을 챙기는 순간, 남은 처음 3개월은 매달 28만 원 정도의 휴대폰 요금을 납부하고, 남은 33개월은 제일 저렴한 요금제로 바꿔도 매달 12만 원 정도의 휴대폰 요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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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단순히 계산해보자 휴대폰내구제 한다고 2대 가개통으로 받은 현금은 140만 원 정도인데, 남은 36개월 동안 총 내가 납부할 돈은 480만 원 정도로 결국 –3,400,000원 손해다. 그런데도 이걸 하겠다고? 미친 짓이다. 내가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할 때에도 경기도 변두리다보니 공돌이, 공순이들, 술집 나가요 여성들이 종종 매장에 들어와서 휴대폰내구제를 문의했었다. 하지만, 이게 불법이고, 휴대폰 가입자 입장에서 얼마나 손해가 큰지 알기 때문에 안 해줬다. 이처럼 휴대폰내구제를 할 정도면 정말 인생 막장에 다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걸 검색하고 있다니... 지금의 내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럽고 부끄러웠다.

사실 살다보면 누구나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기 마련이고, 일시적인 이익이나 길지 않을 영달을 위해서 허위나 이중행위를 범하게 만드는 나쁜 유혹이 많다. 이 때 만약 내가 일시적 안일함과 절박한 마음에 핸드폰내구제를 이용했더라면 과연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안 봐도 비디오다. 더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한 채 아직까지 허우적거렸을 것이다.

여담인데, 저 당시 카드 연체를 겪고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내가 느낀 점이 있다. 빚은 온전히 벌어서 갖게 된 나의 돈으로 갚는 것이지, 절대 다른 자금을 차용해서 갚는 것이 아니다. 돌려막는 것은 일시적 회피일 뿐, 결국 더 많은 빚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내 숨통을 조이기 마련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부적절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마음의 무장을 견고히 지키셔서 좀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채무를 해결해야만 한다.

- 다음 화에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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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본 후기는 필자가 실제 겪은 사실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 법적 보호를 받는 어문저작물(語文著作物)입니다. 따라서 게시물 본문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콘텐츠 도용을 엄격히 금지하며, 저작권 침해 사례 적발 시 형사입건 및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주의하세요.